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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표기 문제의 경과와 동해 표기의 정당성

작성자뉴욕한국교육원

작성일2010-10-18 01:07:57

조회수3832

관련사이트 www.historyfoundation.re.kr 

<동해표기 문제의 경과와 "동해" 표기의 정당성>

                                                                          신승혜(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과 일본은 양국 사이에 위치한 바다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을 둘러싸고 의견 대립을 이루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바다 명칭에 대한 분쟁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은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명칭이며 현재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일본해가 단독표기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두 나라가 각기 다른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엄연한 사실과 국제적으로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한·일 양국 간 명칭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두 이름을 병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우선 동해표기문제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나아가 ‘동해’ 명칭의 역사적 정당성과 동해 명칭의 사용이 국제적으로 왜 타당한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설명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왜 동해 수역이 일본해 단독표기가 아닌 최소한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 일본해 단독표기의 배경

19세기 말까지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던 동해 수역에 20세기 들어 ‘일본해’ 명칭이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된 계기는 과연 무엇인가. 세계지도상의 일본해 단독표기의 통용 배경을 살펴보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이 국제수로기구와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책자이다. 

국제수로기구(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 IHO)는 1921년 국제수로국(International Hydrogrphic Bureau)이라는 명칭으로 창설되었다. 수로 부문에서 국가 간의 지속적인 협력체를 구성하고, 해상 안전을 기하는 동시에, 수로학의 발전과 수로 자료 작성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이다.

1929년 국제수로기구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S-23)』를 발간했다. 이는 1919년 런던에서 개최된 제1차 국제수로회의에서 ‘안전한 항해를 위하여 세계의 해양과 바다의 경계를 설정하고 이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도록’ 한 결의안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동 책자의 발간 당시 일제 강점 하에 있었던 한국은 회의에 참석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었다. 일본 대표만 참가하였다. 이런 가운데 1923년 일본은 동해수역의 명칭을 "일본해"로 등록하고 회원국에 의견을 물은 바, 아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후 국제수로국은 회원국으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Special Publication No.23: Limits of Oceans and Seas’를 출간하였다. 

이와 같이, 전 세계 모든 해양의 경계 지정 및 해양 명칭에 관한 중요한 국제적 준거가 된 『해양과 바다의 경계』 책자 초판에서 동해가 ‘Japan Sea’로 표기됨으로써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데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초판 발간 이후 제2판(1937)과 제3판(1953)이 발간되었고, ‘일본해’ 표기는 제3판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후 제11차 IHO총회(1977년)에서 새로운 『해양과 바다의 경계』를 발간하기로 의결하고, 개정판 준비 작업을 해오고 있으나, 동해 수역 명칭 관련 한·일간의 의견 대립 등으로 인하여 개정판 발간이 오랫동안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정부의 문제제기와 국제사회 동향

<> 한국정부의 문제제기

유엔 가입 직후인 1992년 한국 정부는 동해의 공식 영문표기를 ‘East Sea’로 결정하고, 유엔지명표준화회의(UNCSGN)에서 일본해 단독표기 문제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1992년 7월 정부는 관계부처(외무부, 교통부, 문화부, 공보처, 교육부 등) 회의에서 Tong-hae, East Sea, Sea of Korea 등 여러 안을 검토하여 ‘East Sea’로 표기키로 결정했다. 같은 해 8월 ‘East Sea’를 동해의 공식 영문 명칭으로 천명하고, 전 세계적으로 혼용, 병기되도록 추진해 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선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의 병기 사례가 하나라도 늘어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정부의 문제 제기와 동해표기 시정 활동 결과, 국제사회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해역 명칭을 둘러싼 분쟁이 존재함을 인식하게 되었고, 당사국간 협의를 통해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국제사회의 입장

지명표준화 문제를 다루는 대표적 국제기구인, 국제수로기구(IHO) 및 유엔지명표준화회의(UNCSGN)에서는 동해 표기문제가 한·일 간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임을 들어 양국 간 협의를 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제수로기구와 유엔지명표준화회의는 지명표기에 관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당사국간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관련 지명을 병기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1974년 및 1977년 각각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가들은 한·일 양국 간의 민감한 사안에 개입하기를 희망하지 않는다. 이런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일본해 단독표기의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 관행에 따라 현재 유엔사무국, 미국, 중국, 러시아 정부에서는 일본해 단독표기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에서 발행된 지도에는 일본해 표기가 널리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 국제기구회의, 지도제작사나 언론 등 민간 분야에서는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것은 일본해 표기가 ‘이미 확립’ 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일본해 단독표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동해 표기에 대한 한국의 입장

 <> 역사적 근거

첫째, ‘동해’는 이 해역에 접해 살아온 한민족이 2천년 이상 사용한 이름으로서 역사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 동해와 관련된 다양한 역사 기록 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해 명칭은 애국가의 첫 구절에 나올 만큼 우리 국민의 정서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동해는 단순히 방위를 나타내는 이름이라기보다 2천년의 역사 속에서 하나의 고유명사로 정착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일본해’는 일본인들 스스로 인정하듯 일본인들이 아닌 서양인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명칭을 일본에서 수용한 것이다. 일본인 학자들도 ‘일본해’ 명칭은 일본인들이 사용한 것이 아니며, 이탈리아인 선교사 마테오리치가 1602년 「곤여만국전도」에서 처음 사용한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 서양고지도를 살펴보면 19세기까지 동해 수역에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었는데, 그중 가장 빈번히 사용된 명칭은 한국해, 동해, 동양해, 조선해 등 한국과 관련된 것들이다. 또한, 「곤여만국전도」 발간 이후에도, 일본 스스로가 이 바다를 ‘일본해’가 아닌 ‘조선해’로 인식했음이 다양한 사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특히 18세기와 19세기 사이 일본정부가 공식 제작한 지도에 조선해가 표기된 것은 이 시기에 서양에서 확립된 일본해 명칭을 단순히 국내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일본 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일본은 ‘일본해 단독 표기’ 주장의 근거로 서양 고지도를 조사한 결과 19세기에 들어서면 일본해 사용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일본해 단독표기가 식민주의와 무관함을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이후 일본해 사용이 많이 발견된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그 시기에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지도 조사 연구가 동해의 지명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살펴보는 데에 한 가지 가이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국도 서양 고지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조사 표본과 대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 측 조사결과와 서로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양국의 조사가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말하자면, 18세기까지는 Sea of Korea, East Sea, Eastern Sea, Oriental Sea, Gulf of Korea 등 한국 관련 명칭이 우세하게 사용되었으나, 19세기 중반 이후부터 일본해의 사용빈도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 지명표준화의 원칙과 국제규범상 동해표기의 타당성

첫째, 지명은 그 지명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지명을 국제적으로 통용할 때에도 현지 주민들이 사용하는 이름을 가장 우선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 관례이다. 이러한 것은 유엔지명표준화회의의 결의안(Ⅰ/4, Ⅱ/29)으로 규정되어 있기도 하다. 많은 서양 고지도에서 ‘한국해’라는 명칭이 종종 사용되었지만, 우리가 ‘한국해’를 주장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사용한 명칭이기 때문이다. 지난 2천년 동안 한국인들은 이 바다를 ‘동해’라고 불러왔으므로 국제사회에서도 ‘동해’라고 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다양한 국가의 주권과 관할권이 미치는 해역을 특정 국가의 명칭으로 단독 표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동해수역은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 등 4개국이 인접한 수역이고 특히 모든 해역이 연안국의 영해와 EEZ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해역의 주요한 당사국이 2천년에 걸쳐 다른 명칭을 사용해 왔다면, 당연히 동 명칭에 대하여 국제사회가 정당한 고려를 해야 할 것이다. 『해양과 바다의 경계』초판의 경우에도 국가와 국가 사이의 바다 명칭에는 특정국가 명칭이 아닌 대륙 기준의 방위, 제3의 명칭, 혹은 병기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셋째, 국제기구들은 일찍이 여러 국가가 공유하는 지형의 단일 명칭에 당사국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에는 병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제수로기구의 기술결의(A.4.2.6)와 유엔지명표준화회의의 결의(III/20)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두 가지 결의에 따라 한국은 단일 명칭에 이르기 위해 일본과 지속적인 합의 도출에 노력하는 한편, 합의에 이르기 전에는 ‘East Sea’와 ‘Sea of Japan’이라는 두 이름을 함께 쓰는 것이 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 동해/일본해 병기 현황

세계 유수의 지도제작사, 출판사, 언론사 중 상당수가 기존의 ‘일본해’ 단독 표기에서 ‘동해’를 병기 또는 단독 표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일본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일본 외무성이 2000년 60개국의 지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동해/일본해를 병기한 지도는 392점의 지도 중에 2.8%인 11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5년 일본 외무성이 같은 방식으로 행한 67개국 331점의 지도 조사에서는 10.8%에 이르는 지도가 병기를 채택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중 61개국 116개의 상업용 지도 중 ‘동해/일본해’ 병기 비율은 무려 18.1%에 달한다. 

한국 정부는 75개국에서 발행된 지도 353개를 대상으로 2007년 동해 수역에 대한 표기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정부 발간 지도 및 민간 발간 지도에서 ‘동해/일본해’를 병기한 것은 전체 23.8%를 차지하며, 일본해 단독표기는 74.2%, 표기가 없는 것은 2%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일련의 조사를 종합해 보면, 세계 지도제작사의 동해/일본해 병기 비율이 2.8%(2000)에서 18.1%(2005)로, 그리고 23.8%(2007)로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주요 세계지도의 대부분을 제작하고 있는 G-7 국가(일본 제외) 대상 조사에서는 ‘동해/일본해’ 병기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50.4%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동해 표기의 정당성에 대한 국제적 이해와 지지가 빠른 추세로 확산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 관련 국제회의에서의 논의 

2007년 개최된 제17차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도 동해 표기 문제가 논의되었다. 그 결과의 큰 의의는 일본해가 단독표기 된 『해양과 바다의 경계』제4판의 발간이 잠정적으로 저지되었다는 점이다. 1953년 제3판이 발간된 이래 개정판이 오랫동안 발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은 일본해 단독표기의 합리성 결여와 동해 명칭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재확인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양자 합의에 의한 문제해결 노력에 대한 일본의 비타협적 태도를 부각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다수 회원국들은 한국 측 주장의 정당성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동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하여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IHO 사무국 및 이사진은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였다. 제4판의 조속한 발간을 위해 총회 의장을 비롯한 이사진은 개정판의 분리 발간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즉 개정판을 1권과 2권으로 나누어 발간하되 동해 수역이 포함되는 부분을 2권으로 하여 추후 발간하는 것이다. 다만, 한국, 북한, 일본 등 관련 당사국이 이에 합의할 경우에 이 방안이 채택될 수 있다. 

국제수로기구총회와 같은 해 개최된 제9차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서도 한국은 동해표기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일본 측 논리에 대해 효과적으로 반박함으로써 동해 병기의 공감대 확산 노력을 계속해 나갔다. 의장요약문(회의결과문서)에 우리 대표단의 발언요지가 적용되었다. 제8차 회의(2002) 결과 문서와 동일한 요지가 반영되어 전반적으로 유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한국, 북한, 일본 3국간 협의를 촉구하고 동 협의 결과를 차기 회의에 보고토록 요청하였다. 또한, 개별 국가가 특정 명칭을 국제사회에 강요할 수 없으며, ‘컨센서스’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지명표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동해’의 국제적 통용 명칭이 중요한 이유는 지명이 국가와 민족의 역사, 정체성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1992년 ‘동해’ 표기의 정당성이 국제사회에 공식 제기된 이후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동해’ 표기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명 관련 국제기구에서는 동해 수역의 명칭에 대한 한·일간의 이견이 있음을 확인하고 당사국간에 합의할 것을 공식 권고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동해 명칭의 사용빈도가 증가 추세에 있다. 하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동해의 국제적 통용 요구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더욱 확고한 체계적, 객관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 분야의 연구 및 자료수집이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하며, 국내외 전문가의 호응과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은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바다 이름에 대하여 일본과 열린 대화를 지속하고자 한다. 한국은 양국 간 협의를 통해 수용 가능한 명칭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 국제기구의 권고에 따라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2천년 동안 사용해 오고, 오늘날 7,500만 남북한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름을 일본인들이 존중하고 공유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동해/일본해’ 병기는 민감한 역사적·정치적 현안에 직면해 있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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